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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실/참고자료

[단편] 꽃 (花,Blossom) - 박종옥 감독



단편영화 - 꽃 (花,Blossom) 박종옥 감독 인터뷰

http://www.cinehubkorea.com/bbs/board.php?bo_table=filker&wr_id=42 




Q. Blossom을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었나요? 구체적인 제작 의도를 알고 싶습니다.


A : 대학생 때 감독을 조사하는 과제가 있어서 평소에 정말 좋아했던 김기덕 감독님의 자서전도 읽고 그랬어요. 김기덕 감독님 작품에서 아이들이 개구리를 페인트로 칠하는 장면이 있어요. 어린애들이 순수하게 개구리를 예쁘게 해주기 위해서 하는 행위가 개구리는 피부로 숨을 쉬는데 피부가 막혀버려서 죽게 되죠. 물고기를 돌에 매달기도 하고 그런 어린애들이 순수한 듯하는 잔인한 행동에 꽂혀서 밝고 귀여운 스릴러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제작하게 됐습니다.


RE : 그러면 시나리오 작업할 때 영감이나 도움을 받은 작품이 김기덕 감독 작품인가요?


A : 원초적으로는 맞겠지만, 정말 도움받은 작품이라면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랑 프랑스의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아멜리에’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죠.


 


Q. 시나리오 작업 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나요?


A : 수정 작업이 많이 들어가서 5개월 정도 쓴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조연출 언니와 둘이서 작업했는데 제가 소재는 정했지만 부족한 점이 인물 감정선을 잘 못 잡아요. 그 언니도 저랑 비슷한 점이 있고 잘 맞아서 도움을 받자라고 한 게 ‘그럼 공동 연출로 해서 아예 끝장을 내보자!’라고 해서 둘이 마무리 짓게 됐죠.


 


Q. 주인공 이름을 ‘설’로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단순하게 백설공주의 ‘설’을 따온 거예요. 원랜 이름이 없었어요. 전 이름을 넣고 싶지가 않았는데, 공동 연출한 언니가 이름을 넣는 게 어떻겠냐, 그래야 애정이 생기지 않겠냐, 뚜렷해지는 느낌이 들 거 같다고 해서 이름을 넣었죠. 원랜 이름이 없었어요.


RE : 저는 ‘설’이란 이름이 엔딩 크래딧에 백장미가 피어나는 게 나오잖아요. 그래서 그거랑 비슷하게 ‘하얀 눈’을 생각해서 설이라고 지은 게 아닐까 싶었어요.


A : 그 꽃도 신경을 썼어요, 시들어 있는 꽃이 점점 피잖아요. 강제로 꽃피웠다는 의미도 있고, 하얀 꽃을 쓴 것도 약간 죽은 느낌이 나게 하려고 넣게 됐어요. 어쨌든 (설이는) 꽃을 피웠으니까요.





Q. 남자 주인공을 순경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A : 여자가 충분히 오해할만한 소지의 사람이어야 하는데 모든 사람한테 잘해주고 친절하고 바른 이미지의 사람. 그런 걸 생각하다 보니까 위험해 처했을 때 구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소방관은 강인한 이미지고, 순경 같은 경우는 친절한 이미지면서도 착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순경으로 하게 된 거죠.


 


Q. 배우를 어떻게 섭외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 남자를 섭외할 때는 제일 착해 보여야 했어요. 좀 잘생겼지만 바른 느낌이 나는(순경 역의 박현준 배우) 그런 사람 위주에서 섭외했고 여배우는 지원이 많지 않았는데, 설 역할을 해주신 ‘권숙영’ 배우님에게 깊이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목소리도 좋으시고, 설이의 캐릭터가 밝고 귀엽고 사랑스러우나 깊은 어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권숙영 배우님에게 담겨있는 느낌이 났거든요. 그래서 섭외하게 되었죠.


 


Q. 감독님이 생각하는 ‘설’이라는 캐릭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 이 질문이 되게 어렵네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분명 매력적인데 너무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것에 정말 순수하게 열중하잖아요. 그런 점이 되게 매력 있고 되게 씁쓸하기도 하고 안쓰러운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매력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Q. 극 중 설이 여자의 시체를 방 안에 숨겨 두었는데 왜 방안에 숨겼을지, 이유가 무엇인가요?


A : 이것도 말이 많았는데 냄새가 나지 않겠느냐. (웃음) 사실 냄새나는 걸 좀 표현해줬어야 했는데 못했어요. 범죄적인 시각에서 보면 자기만의 공간이 자기한테 제일 안전한 공간인 거예요. 다른 곳에 두면 불안하고 야외는 밝은 느낌으로 촬영하기도 했고 어두운 공간 자체가 설이의 내면으로 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기가 추악한 짓을 한 걸 숨기고 싶은 마음이 있는 이유에서 자기 방에다가 숨긴 거죠.


 


Q. 촬영하면서 생각했던 시나리오와 다르게 촬영하게 된 장면이 있나요?


A : 되게 많았는데, 제일 아쉬운 장면이 있어요. 아직도 아쉬운데, 벌레 죽일 때 핀셋으로 죽였잖아요. 사실 손으로 죽였어야 했는데 촬영장에서 아무도 손으로 못 죽이는 거예요. 저도 벌레를 무서워하고.. (웃음) 일단 벌레를 잡아오긴 했는데 아무도 손으로 못 죽이니까 핀셋으로 죽이게 됐죠. 손의 온기로 죽이고 따뜻한 느낌을 나타내고 싶었는데 핀셋은 차가운 느낌이라 캐릭터가 차갑고 세게 보이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쉬워요. 설이는 감정적인 캐릭터라서 손으로 죽여야 그 의미가 사는 건데.


 


Q. 촬영 장소를 섭외하게 된 에피소드나 촬영하면서의 비하인드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A : 신기했던 게 야외촬영만 하면 옆에서 공사하고 있는 거예요! 헌팅 할 땐 분명 공사를 안 했는데 촬영 날이 되니까 공사 중이라고 해가지고.. 또 첫날에는 꽃집 옆에서 이사를 하는 거예요. 대사도 많은 부분인데 그때가 되게 힘들었고 추가 촬영 때도 공사를 하는 바람에... 대사 두 개 정도를 빼고 촬영하고 그랬죠.


 

Q. 애니메이션 작업은 어떤 방법(과정)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A : 같은 학교 애니메이션 전공하신 분께서 도와주셨어요.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을 넣을 생각이 없었는데,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넣게 되었던 거 같아요. 애니메이션도 귀엽지 않은 무서워야 하는 느낌의 컨셉으로 얘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업하게 됐죠.


 


Q. 마지막 '우린 영원히 함께야‘라는 대사는 여전히 설이는 운명적 사랑을 믿고 있다는 뜻인가요?


A : 네, 설이는 여전히 변하지 못했어요.


RE : 그럼 감독님께서도 운명적 사랑을 믿는지?


A : 원래는 안 믿으려고 이 시나리오를 쓴 거거든요. 어느 정도는 운명이 있는 거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어서... 




Q. 감독님의 시나리오 작업 스타일이 따로 있는지?


A : 그냥 태어나서 많이 울고, 많이 스트레스받고, 영화 시나리오는 자기를 배제하고 거리두기를 해서 써야 한다고 하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blossom이 졸업 작품이기도 하고 언제 하고 싶은 걸 하겠어!라면서 내면을 엄청 파헤쳤어요. 밑바닥으로 내려가서 써보자는 식으로도 작업해보고 그냥 일대기 형식을 많이 썼어요. 일기도 많이 쓰고 일기가 도움이 많이 됐던 거 같아요.


 


Q. 영화에 대해 아쉬운 점이나 특별히 잘 표현되었다는 장면이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공간이 안 살아서 아쉬웠어요. 설이의 방을 좀 디테일하게 신경을 못 쓴 게 아쉽고, 잘 표현된 장면이라고 생각하는 건 죽이러 갈 때 교차편집하면서 작업할 때 그때가 재밌어요. 마지막에 꽃바구니를 들면서 씩 웃을 때 그 장면이 너무 좋아요. 생각했던 이미지나 상상했던 이미지를 그 장면이 제대로 표현된 거여서 되게 만족스러워했어요.


 


Q. 현재 진행 중인 작품이나, 앞으로 제작할 예정인 작품이 있으시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시나리오는 여러 개 쓰고 있는데 정확히 진행되는 건 없어요. 나중에 찍고 싶은 게 있으면 찍을 생각이에요.


 


Q. 씨네허브 감상 리뷰를 보고 어떤 기분이었나요


A : 되게 재밌었어요. 되게 고맙기도 하고, 제가의도한 것들을 정확히 파악한 부분도 있었고, 저는아무 생각 없이 했던 걸 의미를 넣어주시고, 리뷰를써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기에일러스트로 예쁘게 표현까지 해주시니 영광이었고 엄청 감동받았어요. 이런기회를 주신 씨네허브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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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 꽃 (花,Blossom)_감상후기

http://www.cinehubkorea.com/bbs/board.php?bo_table=bbs07&wr_id=22



 <꽃>은 백설공주를 동경했으나 마녀가 된 '설'의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분명하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효과적인 연출로 전달했다. 24분의 단편이지만 이야기할 점이 많은 작품이다.



1. <꽃>에서 동화 <백설공주>의 역할


 주인공 '설'은 어린 시절 부터 백설공주를 동경하며 운명같은 사랑을 기다린 여자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동화같은 운명적인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설'은 살인을 저지른다.


 이 작품에서 동화 <백설공주>는 단순히 주인공 '설'이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동화 <백설공주>는 영화 전반에 깔려 '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모습을 드러낸다.


 '설'의 단발머리와 원피스 차림은 백설공주를 연상시킨다. 백설공주를 동경하는 '설'의 마음이 드러나는 외형이다.


 그러나 '설'에게서 점점 마녀의 면모가 드러나고, 순경의 여자친구를 살해하기 위해 찾아가는 장면은 완전하게 마녀를 연상케 한다. 마녀의 망또대신 우비를, 사과 바구니 대신 꽃바구니를 든 그녀. 그녀에게 내재된 마녀의 면모가 직관적으로 보이는 장면이었다.


 '설'의 방에 있는 거울 역시 마녀를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이다. 특히, 순경에게 '사랑한다며.'하고 반복하는 설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는 장면은, 거울에게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냐고 확인받고자 하던 마녀를 떠올리게 했다.


 때때로 꼭 이 소재가 나와야만 했나?싶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꽃>은 동화 <백설공주>의 역할이 매우 분명했고, '설'과 <백설공주>의 연결점이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2. 색감에 담은 의미


 <꽃>은 색감을 잘 이용한 작품이다. 영화 내내 붉은 색이 지배적으로 등장하는데, 가장 인상적인 붉은 색감의 사용은 '설'의 원피스이다. 영화에서 '설'은 주로 밝은 파스텔톤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파스텔톤이 아닌 붉은 와인색의 원피스를 입고 나오는 장면은 두 번인데, 두 번 모두 살인을 저지른 이후이다. 첫 번째는 순경의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순경을 만나러 갈 때, 두 번째는 순경을 살해한 뒤 죽은 순경의 시체와 식사를 할 때이다. '설'의 잔혹한 행위를 색감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원피스 이외에도 붉은 색이 드러나는 장면이 여럿있다. 영화의 주된 공간 배경인 '설'의 방은 온통 붉은 색 투성이이다. 백설공주를 닮은 외형에 내재된 마녀의 모습이 보이는 공간이다.


 또, 순경의 첫 등장은 '설'이 그토록 바라던 왕자의 운명적인 등장임에도 불구하고 화면 전체에 핏기가 어린듯 붉게 물든다. 이것은 순경의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3. 캐릭터와 앵글


 이 작품은 주인공 '설'이 어떤 인물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동화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다. 만일 일상적인 모습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성인 여성인데, 동화 <백설공주>를 믿는다는 설정이었으면 매우 작위적이고 어색했을 것이다. 그러나 '설'의 일상 생활을 보면 '설'이 동화를 믿는 모습이 충분히 납득된다.


 주인공 '설'에게서는 유아적인 특성들이 남아있다. 타인의 말에 분명히 대답하지 않고 표정이나 눈치로 제 마음을 전달하는 '설'의 모습은 그저 소극적인 여성이라기 보다는 말을 할 줄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어린 아이처럼 보인다.


 영화가 중반부에 이르면서 점차 '설'의 비정상적인 면모가 드러나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서워 보이기보다는 약하고 여려보인다. 그 이유는 '설'과 '순경'의 앵글 차이이다.


 '설'은 주로 하이앵글로 보여진다. 보는 이가 '설'을 내려다보게끔 하는 것이다. 그런 하이앵글의 사용으로 그녀는 약자의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순경'은 등장부터 로우앵글로 보여진다. 침대에 누워있던 '설'이 '순경'을 발견하거나, 넘어진 '설'이 '순경'의 손을 잡는 장면에서 '설'의 시야로는 당연히 로우앵글일 수 밖에 없다. 보는 이는 '설'의 시야(로우앵글)와 동일시하게 되고 '순경'을 강하고 힘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므로 초중반부 '설'이 위험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위험하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간 하이앵글로 보여지던 '설'은, 순경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순경을 만나러 온 장면에서 로우앵글로 보여진다. 반면 벤치에 앉아 '설'을 올려다보는 '순경'은 하이앵글로 보여진다. '설'과 '순경'의 힘이 반전되는 부분이다.


 이렇게 <꽃>은 앵글을 이용해 인물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4. 그 외


 잔혹한 내용이지만 예쁜 샷이 매우 많았던 작품이다. 특히 순경이 주문한 꽃바구니의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바구니에 다가가는 '설'의 모습이 인상깊다. 목과 허리까지만 화면에 담기며 '설'의 표정이 긴장하고 있는지 기뻐하고 있는지 이미 예상하고 낙담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꽃을 다루던 '설'이 벌레를 죽이는 장면 역시 기억에 남는다.


 노래의 사용 또한 타이밍과 분위기 모두 적절했다. 불필요한 배경 음악은 없었다.


 아쉬운 점은, 독특한 '설'의 캐릭터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반면 '순경'의 캐릭터가 보는 이에게 별로 납득 가지 않은 캐릭터였다는 점이다. 일관성이 부족하고 대사가 작위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서 앵글의 효과적인 사용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후반부 사각앵글의 사용은 조금 뜬금없게 느껴졌다.


 아쉬운 점은 미미한 것에 비해 긍정적인 점은 매우 많은 작품이었다. 제작자들의 다음 작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