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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실/참고자료

[다큐]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 정윤석 감독 GV (17.08.20)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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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회 독립영화 쇼케이스

│음악영화, 영화음악 : ‘소리’에서 ‘노이즈’까지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Bamseom Pirates Seoul Inferno




정윤석│2017│Documentary│120min│DCP│color





주최 : 서울특별시, 서울영상위원회,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주관 : (사)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후원 :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한국영상자료원 일시 : 2017년 8월 19일 (토)  PM 7:00

장소 : 한국영상자료원

+ 상영 후 정윤석 감독과 함께 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있습니다.





┃시놉시스


북한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던 진짜 멍청이들. 밤섬해적단의 데뷔 앨범은 국가보안법 재판에 회부되고 드러머는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이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연출의도


지난날 한국에서 빨갱이라는 낙인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문제가 아닌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북한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언제나 ‘감각’의 문제였다고 주장하고 싶다. 한국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밤섬해적단의 가사들이 전면에 북한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뮤지션으로서의 밤섬해적단, 저항의 상징인 펑크에 주목한다. 이들은 유명 클럽이 아 니라 대한민국 사회를 풍미한 굵직한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공연을 하며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과정 속에서 음악가로서의 정체성과 하고 싶은 음악, 돈 안되 는 음악을 지속적으로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나간다.


모두가 세상에 대해 무기력함을 이야기할 때, 무기력함을 무기로 세상을 향해 일갈하는 밤섬 해적단의 음악은 이 시대 청춘들의 보편적인 딜레마와 함께 소외된 약자를 향해 노래하려는 뮤지션의 현재를 그린다.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려는 이들의 여 정을 통해 이 시대 청춘들을 위로하고, 오늘날의 청년문화가 정치와 어떻게 조우할 수 있는 지 그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출연


권용만, 장성건, 박정근, 단편선 김종훈, 나도원, 이광철, 이민석



┃스태프


제작/연출/편집ㅣ정윤석 프로듀서ㅣ김효정, 조소나, 배성림 조연출ㅣ김은혜

촬영ㅣ김은혜, 손광은, 서민수, 송요훈, 안정호, 오현민, 전상진, 정윤석, 허철녕 Title Designㅣ신동혁, 하주안

CG & Animationㅣ정윤석, 하주안 Photo & Time lapseㅣ박수환

Color Gradingㅣ김형희 (KT&G 상상마당 Cinelap) Audio Post Productionㅣ(mediACT)

Sound design & Editingㅣ고은하, 최지영, 표용수 Foley SoundㅣDeepFocus

DCPㅣ김시춘 (포스트핀) 영문번역ㅣMark Brazeal 영문감수ㅣ이솔, 조태희 국내배급ㅣ(찬란) 배급ㅣ이지혜, 최영애

홍보마케팅ㅣ박상희, 엄혜림, 이한나 온라인마케팅ㅣ박선희, 김경미, 이주은, 노정현(루미네)

광고디자인ㅣ박동우, 이동혁, 최지운, 프로파간다(PROPAGANDA) 해외 배급ㅣ(M-Line Distribution)

배급책임ㅣ손민경 배급진행ㅣ박혜진, 서정미. 주아람 배급관리ㅣ성윤지

 


┃상영 및 수상내역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뉴비전상 수상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제46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브라이트 퓨쳐 섹션 (2017, 네덜란드)

제19회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독립영화제(BAFICI) 미드나잇 섹션 (2017, 아르헨티나) 제19회 타이페이국제영화제Future Lights 섹션 (2017, 대만)

제28회 마르세유국제영화제 초청 (2017, 프랑스) 제16회 뉴욕아시안필름페스티벌 초청 (2017, 미국)

제15회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뉴커런츠 초청 (2017, 일본)



┃감독


정 윤 석

- <논픽션 다이어리>, 2014

-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2017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동 대학원에서 다큐멘 터리를 전공하고 미술가 및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정윤석은 다큐멘터리와 미술이라는 형식을 통해 국 가와 사회의 ‘공공성’을 꾸준히 질문해왔다. 2010년 밴쿠버국제영화제, 2012년 광주비엔날레 등 국내외 영화제 및 전시를 통해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90년대 희대의 살인집단이었던 지존파 사건 을 다룬 첫 장편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는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최우수다큐멘

터리상), 2014년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넷팩상(최우수아시아영화상), 2014년 시체스국제 판타스틱영화제 오피셜 놉스-비전 논픽션 부분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14년 뉴 욕영화제 및 다수의 영화제에서 초청 상영되었다.

 


 

┃제작일지


'북한'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 청년들, 2017년 우리에게 북한이란 무엇인가?


전체 수록곡 42곡, 총 러닝타임은 52분, 멸공 헬맷과 경찰 자켓을 입고 열심히 소리를 지르 는 밴드가 있다. 자신들의 소음에 내용이 있다며 공연 내내 가사의 내용을 PPT로 친절히 설 명해주지만 이내 관객들은 지쳐 발길을 돌린다.


“아무 곡이나 골라 들어라. 어짜피 그 곡이 그 곡처럼 들릴 것” 이라는 음악 평론가의 평을 차치하더라도, 한국사회의 온갖 부조리를 음악적 자양분으로 삼는 그들의 가사는 신선했다. 하지만 밤섬해적단의 음악은 공연 내내 소음으로 전달될 뿐이며 관객들은 그들의 의미를 전 달 받지 못하고 이내 귀를 막고 등 돌아 나가버리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여기서 관객들 을 탓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소음’을 시끄럽다고, 시끄러운 것은 곧 나 쁜 것이라 단정 짓기 마련이다. 밤섬해적단과의 첫 만남은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은유하는 징 후처럼 느껴졌고 이들의 음악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부터 민주 열사 박종철을 트리뷰트 하는 곡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잠시 침묵) “퉁” (베이스 소리) (드럼스틱 소리) “탁” (침묵)


80년대 안기부는 독재에 반대하던 대학생 박종철을 물고문에 의해 살해한 뒤 “턱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했고 이와 같은 시대적 공포는 10년 뒤 밤섬해적단이 만든 1초짜리 곡 <턱치니 억하고>로 부활한다. 위와 같은 유희적 태도를 가지고 금기에 도전하는 펑크밴드라 쉽게 정의 내리고 싶지는 않다. 밤섬해적단의 음악에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오히려 사건의 맥락 을 해체한 뒤 남겨진 수사들을 가지고 노는, 그러다가 가지고 놀다가 재미없으면 버린다는, 그런 표현들이 더 어울릴 것이다.


검사 : 피고인의 친구 중에 김정일이란 친구가 있는가요? 박정근 : 그 사람은 밤섬해적단 권용만의 친구입니다.

 

검사 : 피고인이 (트위터에 올린 글 중에)‘김정일 장군님 빼빼로 사주세요’의 김정일은 권용만의 친구 김정일인가요?

박정근 : 그건 북한 김정일이 맞습니다.


검사 : (밤섬해적단 앨범을 보이며) 여기 앨범에 수록된 <김정일 만세>는 북한 김정일인가요?

박정근 : 네 그렇습니다.


검사 : 아까 노래 가사의 김정일은 친구의 친구 김정일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박정근 : 친구의 친구일수도 있고 진짜 김정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2012년 박정근 1심 공판 검사 심문 내용 중


여기서 잠깐, 당신은 어린 시절 ‘배워서 남 주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겸손과 배움을 강조했던 한국 사회의 미담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성장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밤섬해적단은 위와 같은 성스러운 말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죽 써서 개 줬네!”


밤섬해적단은 자신들의 첫번째 앨범 <서울불바다>에서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사악한 것(?)들을 조롱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의 노랫말에 따르면 6.25전쟁 참전용사는 ‘100킬 0데스’한 살인기계이고, 민주화 투사는 ‘요즘 어린 것들은 몰라도 한참 모른다’며 훈계만 일삼는 꼰 대일 뿐이다. 즉 밤섬해적단의 음악은 일상에서 어른들의 말,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저항하고 싶은 청년세대들에게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선물한다. 결국 밤섬해적단이 자신의 음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북한’이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사회 전체에 팽배한 권위주의와 탐욕을 조롱하기 위한 음악적 노림수다.


영화는 뮤지션으로서의 밤섬해적단, 저항의 상징인 펑크에 주목한다. 이들은 유명 클럽이 아 니라 대한민국 사회를 풍미한 굵직한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공연을 하며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과정 속에서 음악가로서의 정체성과 하고 싶은 음악, 돈 안 되 는 음악을 지속적으로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나간다. 하지만 밤섬해적단의 앨범 프로듀서인 박정근의 국가보안법 구속 이후 본 영화는 큰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사회의 소외 된 약자들과 함께했던 밤섬해적단의 활동을 통해 새로운 청년문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려했던

 


 

연출 방향은 박정근의 구속 사건 이후 대폭 수정되어진다. 그들의 데뷔 앨범 <서울불바다>는 박정근 국가보안법 재판의 증거자료로 채택되고, 결국 용만은 친구의 농담을 농담이라고 증명 하기 위해 증인으로 출석한다.


“그들(북한)의 말과 생각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북한은 일종의 장난감이었습니다. 저희에게는.”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던 것은 저희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 권용만 재판 증언 중


한국에서 ‘빨갱이’라는 낙인은 언제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문제가 아닌 공포의 대상으로 존 재해왔다. 하지만 나는 우리에게 북한은 언제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감각’의 문 제였다고 주장하고 싶다. 전작 <논픽션 다이어리>에서 지존파를 통해 사형제를 경유하여 국가 의 존재를 질문했다면,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전위적인 펑크밴드 밤섬해적단을 통해 국 가보안법을 경유하여 국가의 존재를 다시 질문한다. 결국 이 영화를 준비하며 연출자로서 가 장 큰 도전은 소음이라 치부되는 밤섬해적단의 음악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 들로 전이시키는 과정에 있다. 한국의 권위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북한을 전면에 내새웠던 밤 섬해적단의 가사들이 스크린에 쏟아지는 까닭은 바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 이다.


한때 북한은 냉전시기 체재경쟁을 했던 대상이고 과거 남한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는 이 들의 이상적인 공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북한’은 과거 남한을 공격했고, 앞으로 위협할 수도 있는 실제적인 공포로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본 영화에서 다루게 될 밤 섬해적단과 그의 친구 박정근이 겪는 국가보안법 사건은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 문 제와 더불어 2017년 한국사회에서 ‘북한’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리 뷰   


누가  ‘Kitsch’를  ‘K-itsch’로 만들었나

—  성상민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정윤석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데뷔작이었던  <논픽션  다이어리>(2013)는  여러모 로 강렬한 인상의  작품이었다. 소위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로  상징되 듯 점차 낭만적인 시대로 그려지던 1990년대의 한국의 속살과 폐부를 독특한 방 법으로  파고들면서  폐부를 찔렀다.  정윤석에게 있어 1990년대를 대표하는  사건  은 ‘문민정부’ 집권도,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로  상징되는  ‘역사바로세우기’ 사업 은 물론 IMF 경제 위기도 아니었다. 바로 흔히 엽기 범죄로  세간에  알려진 존파 살인사건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었다. <논픽션 다이어리>는 한동안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들을 근간으로 쉽게 간과되는 1990년대 한국의 모순과 문제를 짚어냈다. 다큐멘터리의 표현 방법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이미지와 사운 드의 변형을 시도하는 등 여러모로 새로운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길을 모색하는  작품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4년 만에 새로운 신작 다큐멘터리를 들고 관객 앞에 섰다. 전작 <논픽션 다이어리>가 1990년대 한국 사회의 속살을 해부했다면, <밤섬해적단 서 울불바다>는 2010년대 한국 사회의 모순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파헤친다. 여전히 정윤석은 평범한 방법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지 않는다. 1990년대의 한국을 바 라보기 위해 지존파 살인사건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사이의 기묘한 연관성을 들여다보았듯, 그는 2010년대의 한국을 바라보기 위해 지금은 해체된 그라인드  코어  밴드  ‘밤섬해적단’을  매개체로 삼는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등장하는 밤섬해적단의 모습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있었던 온    갖 밴드들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문제적  밴드다. 한국 사회에서 여전    히 용인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농담’처럼 자신들이  만드는 노래의 가사나 언  행을 통해 공개적으로 표출한다. 1990년대 초중반 갈등으로 치닫던 남북 관계를

상징하는 ‘서울불바다’를 이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정규 앨범의 제목으로 사용하

 


 

는 건 물론, ‘김정일 만세’라는 제목의 노래를 공개적으로 부른다. (이 노래에서 지칭하는 ‘김정일’은 북한의 권력자였던 김정일이 아닌 남한의 동명이인 김정일 ‘들’이다.) 여기에 명동 카페 마리 철거 반대 농성  현장이나  제주  강정해군기지 반대 집회에 찾아가 노래를 부르는 등 이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도발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밤섬해적단은 무척이나 자기모순적인 존재다. 이승만도,  김구도  모두 비판하고 이리저리 꽉 막힌 보수 우파 노인들도, SNS의 물결에  쉽게 휩쓸  리는 젊은 세대들도 전부 조롱한다. 하지만 수위 높은 농담 이상의 행동은 도통 보이지 않는다. 각종  시위나 집회, 농성 현장에  스스로  찾아가서 자신들의  노래   를  부르지만 그  이상의  행동  양식은  없다. 도발적이지만 도발적이지 않고, 수위  가 한도 끝도 없어 보일지라도 한편으로는 수위가  높지  않다.  밤섬해적단의 드 러머 권용만이 자신이 쓴 가사를 <실천문학> 117호(2015년 봄)에 ‘시’로 게재한 것에 대해 당시 <실천문학>의 편집위원이었던 김종훈이 다큐를 통해서 “반어적 이지만, 딱히 어떤 것을 해야겠다는 대안 같은 것도 없다. 나아갈 듯 하다가 멈 춘다.”고 평했던 것처럼, 권용만 스스로가 카메라를 향해 “내 자신의 정치적 정 체성이 헷갈린다.”고 자신에 대해 말한 것처럼 말이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초반부에서는 밤섬해적단의 숨 가쁜 여정을 짚고, 중반부에 이르러 이들의 모순적인 지점들을 살피면서 이들의 행보가 어떤 의미       를 담고 있었는지를 파악해 나가려 했다. 중산층 집안에서 소시민으로 안온하게 자랐지만, 동시에 자신이 속한 중산층을 비롯한 한국 사회 전역에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철저하게  달려들어 물고 뜯고 싸우는  ‘파이터’  가 되지는 않는다. 대신 한국 사회에서 허용할 수 있는 표현의 선을 아슬아슬하       게 넘나드는 식으로  농담을  할  뿐이다. 수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줄 위에서  질펀하게 조롱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누군가 가 보기엔 천박하게 느껴지는, 다른 누군가가 보기엔 말은 신나게 해도 정작 그에 걸맞은 행동이 없는 이중적인 모습. 자기조차도 쉽게 자기 자신을 규정짓기 어려운 ‘키치’(Kitsch)적인 활동을 밤섬해적단은 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이들의 행동에는 갑작스레 거대한 압박이 가해 진다. 밤섬해적단과 함께 활동을 하던 사진사 박정근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김일성, 김정일을 가지고 농담을 하거나 북한의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의 트윗을 리트윗 한 것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기소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밤섬해적단은 2010년대에 20세기의 낡은 유산들을 조롱할 때, 여전히 사회 구석구석에  남은  20세기의  잔재들은  밤섬해적단과  같은 이로 하여금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 그들을 평가하는 더 수위 높은 모순이 벌어졌다. 이제 밤섬해적단은 박정근의 트위터 활동이 ‘사회에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가사들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박정근을  심판하는  검사와  판사 앞에 증인으로 나아가 외쳐야 한다. 그렇게  아직  자기  규정되지  않은  ‘키 치’는 2010년대의 한국 사회 안에서 강제로 규정을 당한다. Kitsch가 한국 사회 안에서 너무나도 ‘합법적’인 ‘K-itsch’가 되고 만 셈이다.


이렇게 정윤석은 1990년대 한국의 모순을 다룬 <논픽션 다이어리>에 이어, <밤 섬해적단 서울불바다>를 통해서는 2010년대 한국의 현실과 한계를 다룬다. 이미    먼 과거가 되어버린 <논픽션 다이어리>의 1990년대와 달리 <밤섬해적단 서울불 바다>의 2010년대는 여전히 현재이자 동시대이지만, 정윤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조금은 비뚤어진 시선으로- 그리고 조금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난 시각으로 바라보며 지금 한국 사회가 1990년대와 얼마나 같고 다시 얼마나 다른지를 웃기면서도 무척이나 아프게 꼬집는다. 밤섬해적단의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정말 안 들리는) 노래 가사를 이들  특유의 B급스러운  감성과 한국 사회에 서려  있는 여러 시대의 지층을 담아내며 시각화하는 연출은 작품 속에 그려진 모순적인 한국 사회의 상을 더욱 또렷하게 전달한다.


다큐멘터리의 결말에서 드러나듯 이제 밤섬해적단은 없다. 박정근에게 국가보안법 혐의를 씌운 사법, 공안 기관 역시 정권의 교체와 함께 거대한 격변을 맞고있다. 이제 그러니 모순의 시대는 지나고 밝고 희망찬 새로운 미래가 열릴 일만 남아있는 것일까. 하지만 밤섬해적단은 사라졌어도 이들이 노래로 파헤쳤던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마치 정윤석의 두 장편 다큐멘 터리가 보여줬던 것처럼 그저 쉽게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게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평소에 눈여겨보기 어려웠던 사회의 구석진 부분들을 위트 있게 전달하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드러내는 동시대적인 다큐멘터리로 자리

매김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