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장애인 인줄 알았던 옆집 형
나 중학생 때인 80년대에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된 형이
옆집에 살았다
마음이 넉넉한 이웃이라
평상시 가깝게 지냈는데
그 집에
그 장애인 형이 살았다.
당시에는 변변한 휠체어는 물론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개념도 없었다.
그저 ‘병신’이라고 하지 않고
'장애자’로 부르는 것만으로도
대접해 주는 것으로 생각하던 때였다.
그 형은 굵은 쇠파이프를 용접해서 만든
정육면체 틀의 네 귀퉁이에 바퀴를 달아 놓은
철물점표 보조기구를 밀며
마당을 배회했었는데
사지가 배배꼬여 한걸음 디디기도
어려운 몸이었지만 비만 오지 않는다면
언제나 마당을 돌았다.
일그러진 얼굴로 항상 입은 벌려있었고
흐르는 침이 옷을 적시는 걸 줄여보려고
목에는 늘 수건을 묶어 놓았었다.
옆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이십년 넘게
장애를 가진 큰아들을 담담하게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애정으로 키워냈다.
장애형과의 의사소통은 가족들만 가능한
상태였지만 나는 형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반갑다는 형의 표정조차
미소로 답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그 형은 서른이 넘어가고
다른 아들들도 장성해갔다.
어느 날 집에 오니 옆집 아주머니와
우리 엄마가 하염없이 울고 계시더라
까닭은 말해주지 않았는데
나중에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장애형의 남동생 중에 혼담이 오고가는
동생이 있었는데 장남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혼사가 진행되었다
이미 부모는 늙어가고 있고
대소변을 받아가며 장애형을 돌보는 짐을
동생들에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 혼사를 계기로 가까운 장애인 시설에
장애형을 맡겨 가족 모두를 위하기로 한 결정에
눈물바다가 빚어진 거였다.
당시 그 위탁시설은 가족이 있는 경우
입소 불가한 관계로 여러 비공식적인
방편으로 어렵게 입소허가를
얻어 냈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장애형을
봉고차에 실어 혼자 보내는 날
생애 처음으로 집 떠나서 잠을 청하게 될
큰아들의 이부자리도 보지 못하는 처지인
어머니의 눈물이 1리터는 흘렀으리라.
그 사연에 동네 아주머니들도
봉고차 유리창을 붙잡고 오열했고
어리둥절한 장애형은
다물어지지 않는 입으로
“어어어~”만 내뱉다 떠나갔다고 했다.
몇 달 후 옆집에는
혼담이 오고가던 처자가 선물을 들고
발걸음을 했고 이후 장애형의 동생은
무사히 결혼해서 서울로 갔다.
모든 일은 두 번씩 일어났다고 했나
동네 아주머니들의 진정한 오열은
그 후 한참 후에 있었다.
연고 가족이 있는 입소 장애인은
강제 퇴소되는 관계로 장애형의 엄마와
동네 아주머니들은 면회가 아닌
목욕봉사를 구실로 시설을 찾게 된다.
인생의 비극으로 생이별 한 장애아들과
대면하자마자 대성통곡이라도 한다면
연고가족으로 의심되어 퇴소 될 수 있으니
아직 장가 못간 남은 두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감정을 누르는 연습을 하며
찾아갔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 감정이 어찌 연습으로
내 맘대로 담아지랴
시설에서 장애형을 마주한 순간
동네 아주머니들은 눈시울 붉히며
고개를 돌렸고 형의 엄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주저 앉았다고 했다.
행여나 장애형이 엄마에게 매달려
통곡이라도 한다면 이를 어쩌나
걱정했지만 장애형은 그 순간을
담담히 넘겼다고 했다. 다행히
목욕봉사시간에
실제적인 모자상봉이 이뤄졌고
엄마에게 몸을 맡긴 장애형은
씻는 내내 울었다고 했다
목욕봉사 후 돌아오는 길에
장애형은 이미 사연과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던 까닭에 애써 감정 누르며
담담히 엄마를 대했다는 사연을 듣고
아주머니들은 비로소 진정한 오열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간 장애형의 정신은 멀쩡한
정상이었다는 사실에 나도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놀랐다.
이후 우리 엄마를 포함한
동네 아주머니들은 목욕봉사에 가지 않았다
도저히 다시 그 감정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라고 했다.
그 후로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멀쩡한 정신으로
온전하지 못한 몸에 갇혀 살았을
그 형이 오늘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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