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위해 고군분투한 열사 잊지 말아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945년 8월 15일 일제 강점기 정오 라디오에서 일왕 히로히토의 목소리가 평소처럼 흘러나왔다. 그러나 내용은 평소 같지 않았다. 히로히토가 ‘종전조서’를 낭독한 것이다. 히로히토는 항복, 패배, 종전 등의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연합군의 선언을 무조건 받아들이겠다는 요지였다.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는 광복절이다. 또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날이기도 하다. 광복을 이루기 위해 많은 애국지사가 희생했다. 오늘날 남은 후손들이라면 지나간 역사를 기억해 많은 희생자의 독립을 향한 정신과 나라를 위한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광복절 72주년을 맞아 광복을 위해 고군분투한 열사들을 그린 영화를 되짚어 보자.
◆1895년 ‘불꽃처럼 나비처럼’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김용균 감독)’은 조선의 국모 ‘민자영(명성황후 분)’과 그를 사랑한 호위무사 ‘무명(조승우 분)’의 숨겨진 사랑이야기를 그린 픽션 영화다. 명성황후가 일본인 자객에게 살해당한 ‘을미사변’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다.
을미사변은 조선 고종 32년(1895년)에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의 주도로 자객들이 경복궁을 습격해 명성황후를 죽인 사건이다. 일본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명성황후가 러시아와 손잡자 이에 불만을 품은 일본이 명성황후를 시해한다. 영화에서 명성황후의 남자 무명은 허구적인 인물이나 영화는 당시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보수와 진보가 충돌하는 시기를 잘 그려냈다.
◆1923년 ‘밀정’
‘밀정’은 남의 사정을 은밀히 정탐해 알아내는 사람을 말한다. 서구적 개념인 스파이, 첩자 등의 단어가 생기기 훨씬 이전인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독립운동 세력 내부에 끊임없이 밀정을 심었고, 항일 인사들 사이에서도 변질자가 나오는 등 이념과 체제의 속에서 같은 민족끼리의 대립이 들끓었다.
영화 ‘밀정(김지운 감독)’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 실제로 있었던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토대로 당시 의열단에 일어났던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을 엮어 극화한 영화다. 김지운 감독의 고풍스러운 미장센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극 중 밀정인 ‘이정출(송강호 분)’의 복합적인 심리변화가 심도 있게 그려져 인상적이다. 송강호는 개인의 안위와 국가의 존립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정출의 심리를 섬세한 표현력으로 그려낸다.
◆1923년 ‘박열’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시즈오카(靜罔)·야마나시(山梨) 지방에서 대지진으로 45만 가구가 불탔다. 사망자와 행방불명이 40만명에 달하자 일본 정부는 국민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조선인이 일본인을 죽이기 위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격분한 일본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무고한 닥치는 대로 조선인을 무조건 체포·구타·학살했고, 조선인 6000여명 이상이 학살됐다. 외교를 의식한 일본 정부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 청년 박열을 대역사건의 배후로 지목한다.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은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에서 박열은 죽음을 불사한 채 일본 제국의 부도덕한 태도를 추궁하며 일본 내각을 손에 쥐고 흔든다. 화려한 액션, 의상, 배우가 없어도 당시 조선인들의 독립에 대한 의지와 정신을 보여준다. 일본 재판 역사상 가장 말 안 듣는 조선인, 역사상 가장 버릇없는 피고인이 된 박열은 거침없는 행동으로 조선 청년의 패기로 통쾌함을 안겨준다.
◆1930년 ‘라듸오 데이즈’
‘라듸오 데이즈(하기호 감독)’는 당시 라디오 드라마 방송은 어떻게 했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를 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라듸오 데이즈’는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2% 부족한 인물들이 국내 최초 라디오 드라마를 완성하려고 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라디오라는 신문물이 바다 건너 들어와 조선 땅에 자리 잡기 시작한 시절 등장인물들은 당시 억압받던 언론의 자유를 잘 드러낸다. 독립운동을 직접 드러나거나 독립투사다운 비장함은 없지만 등장인물을 통해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독립투사가 돼 조국을 위해 노력했다는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
1934년 ‘동주’
그저 시를 쓰는 것이 좋아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시인이 되지 못했던 윤동주. 조국의 언어로 생전 시집 한권 출판하지 못했던 그의 울분. 그의 곁엔 항상 한집에서 같이 태어나고 자란 사촌 송몽규가 있다.
영화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어둠의 시대 속에서도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 간 윤동주의 청년 시절을 정직하게 그렸다.
사촌이자 친구였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일대기를 그대로 그린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에 청년들이 겪었던 혼란과 고민, 갈등, 울분 등을 보여준다. 영화는 화려한 색을 빼고 흑백처리 됐다. 이 때문에 오롯이 배우에게만 집중해 인물의 심리와 감정에 몰두할 수 있다.
◆1943년 ‘귀향’
영화 ‘귀향’은 대한민국의 가장 아픈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영화화된 극영화다. 경남 거창에 살던 ‘정민(강하나 분)’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중국 목단강 위안소로 끌려간다. “여기가 지옥이다. 야”라는 대사처럼 생지옥인 위안소에서 소녀들은 성적 학대를 당한다.
실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됐기에 당시 소녀들이 겪었던 성적 학대와 피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법으로 제목처럼 한 맺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 생존자나 고인 모두를 치유하고자 했다.
◆1945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원스 어폰 어 타임’은 1945년 8월, 해방이 있기 불과 사나흘 전 일제 치하의 경성 일본 군부의 최고 권력자 손에 들어간 석굴암 본존불상에 박힌 보석 ‘동방의 빛’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 영화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코믹한 이야기로 가볍게 다룬 픽션이다. 주인공은 진중하고 사명의식을 가진 이전의 독립투사와 다르게 가볍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독립활동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이 투영된다.
출처 :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44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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