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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실/참고자료

[단편] 중고나라


노량진에서 자취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주인공. 어느 날 값싼 중고 노트북을 사기 위해 먼 길을 다녀온다. 그날 저녁, 주인공은 얼마 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선배와 노량진에서 저녁을 먹는다. 곧 주인공은 우연히 생각난 양 갖고 온 중고 노트북을 선배에게 건넨다. 하지만 선배는 이미 새 노트북을 마련했다며 되돌려준다. 당연히 새것을 마다할 사람이 있겠느냐마는, 중고 노트북을 다시 건네받는 주인공의 맥도, 그 모습을 보는 이의 기운도 한없이 풀려버린다.



극 중 주인공의 노트북 화면 속 온라인 강사가 이렇게 말한다. 문제를 보는 순간 오답과 정답을 가려내라, 그렇게 안 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합격하겠느냐고. 임용고시 수험생인 주인공은 그렇게 합격을 목표로 숨 가쁘게 달려가는 오늘날의 젊은이 중 하나다. 다만 아직 젊고 힘찬 청춘이라고 하기엔, 주인공은 어쩐지 생기와 쓸모를 잃은 중고가 된 느낌이다. <중고나라>는 사회가 원하는 합격을 하지 못한 청춘들을 새것에 밀려나는 중고품의 처지에 비유한다.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가 ‘새것’이 되지 못한 청춘들을 너무 쉽게 오답 처리해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씁쓸한 여운이 머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다. 혼자 무덤덤하게 밥을 먹는 주인공의 눈빛에 무리하게 희망을 그려 넣지 않는 영화의 현실적인 태도가 오히려 위안으로 다가온다. 



<중고나라> 메인 포스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최경준 감독의 단편영화 <중고나라>는 청춘들의 씁쓸한 자화상을 담백하게 풀어내어 2013년 제7회 대단한 단편영화제에서 은관상을 수상했다. 앞서 최경준 감독은 2012년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우수작품상을 받은 이정홍 감독의 단편영화 <반달곰>(2013)에서 주연 배우로 출연한 바 있다. 이후 <중고나라>에서는 이정홍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특히 다양한 모양의 중고품들을 배치한 영화 포스터가 돋보이는데,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영화계를 섭렵하고 있는 디자인스튜디오 프로파간다 최지웅 디자이너의 손길이 더해졌다.


고시생 역을 맡은 배우 김은선도 주목할 만하다. 과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그의 감정은 전혀 불편함 없이 다가와 그야말로 현실 고시생의 모습을 톡톡히 보여주었다. 이후 그는 정가영 감독의 단편영화 <처음>(2015)에 출연했고, 곧이어 첫 연출작 <문화와 생활>(2015)을 선보이며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엔 <중고나라>에 함께한 최경준, 이정홍 감독이 제작진으로 참여했다. 나란한 보폭으로 걸어온 이름들을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